죽음을 배움으로써 삶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주변을 돌이켜볼 수 있는 교양인으로서의 품격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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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을 읽고 난 뒤 이 책을 읽으니 뭔가
내가 자살을 하려다가 다시금 삶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살아가려는 사람이 된 것만 같다.
나는 요즘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다.
라디오처럼 틀어 놓으면서 밥 먹으면서도 보고,
심심하면 보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유성호 교수님을 자주 뵀다. (나 혼자)
이 책을 올해 초 친구가 추천해줬었다.
그리고 다른 책을 읽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연히 집 주변 도서관에 이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친구의 추천과는 무관하게 그알에서 많이 보던 교수가 직접 쓴 책이라는 것에 흥미가 생겨 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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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법의학에서 쓰이는 간단한 용어 (예를 들면 부검, 검시 등), 우리나라에 법의학자는 얼마나 있는지,
법의학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실제 사건들을 써놓았다.
특히 실제 사건들을 읽을 때는 분노가 치밀기도, 눈물이 나기도 했다.
우리들은 엄청난 불가능성의 가능성으로 태어난 생명이며, 그렇기에 굉장히 신비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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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우리가 왜 죽는지에 대해 쓰여있다.
우선, 죽음에 대해 알기 위해 생명의 시작부터 서술이 되며 시대별 죽음, 뇌사, 존엄사, 안락사, 자살 등을 다룬다.
죽음과 관련한 여러 주제를 만나볼 수 있다.
교양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3부는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혀있다.
사실상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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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이 구절 하나로 모든 것이 정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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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하나 골라보자면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의료 행위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처분당하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 죽음의 대세가 아닌가 싶어 씁쓸한 심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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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우리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할머니를 정말 미워했었고 정말 사랑했었다.
사춘기가 절정인 중학생 시절에 언뜻 보이는 고부갈등은 할머니를 미워하게 했고,
가족들과 떨어져 살던 고등학생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챙겨주시고 예뻐해주시는 할머니를 사랑하게 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원은
내가 본 그 어떤 장면보다 현실적이었고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워낙의 고령이시라 최소한의 치료밖에 하지 않기로 한 할머니 위로 얼마나 많은 줄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주변이라고 다를건 없었다.
아파서 난동을 피우는 환자는 침상에 묶어두기 까지 했다.
어쩔 수 없는건 알지만 참 보기 안타까웠다.
연세가 많으신 가족의 죽음이라면 티비에서 보던 장면이 떠오른다.
'침대 주변에 가족들이 모여 눈물을 흘리고 있고 환자는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유언 아닌 유언을 남기며 죽는다.'
나도 이런 경험을 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카톡으로 전달 받은게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실감이 나지도 않았고 이게 뭔가 싶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전쟁이란 전쟁을 다 겪으시면서 21세기에 정착하셨음에도
핸드폰이나 한글은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시던 우리 할머니가
죽음에 있어서는 대세를 따른 건가 싶어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 내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1학년 때 유서를 쓰면서 남 몰래 펑펑 운 적이 있는데
아마 죽음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유서를 쓰라고 하면 펑펑 울며 쓸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12월 31일 내 다이어리의 마지막장을 쓰며 유서도 함께 써보려 한다.
시간이 흘러 갈 수록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언젠가는 그리워질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지인의 지인이 죽는 경우가 너무 많이 들려온다.
곧 내가 애정하는 지인이 죽는 날도 올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죽는 날도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꼭 올 것이다.
만약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져버리게 된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목소리 하나 못 내고 죽어버린다는 것이 엄청 허무 할 것 같다.
내년이 되기 전, 올해 마지막 날 새로운 일기장에 나는 2021년을 어떻게 보내왔으며
만약 2022년에 죽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지 적어두고 싶다.
또 나는 2022년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도.
블로그 공지로 항상 매년 버킷리스트를 계획의 목적으로만 적어뒀었는데
큰 의미가 생긴 것 같다.
리뷰가 다른 책들에 비해 이렇게나 긴 걸보니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가장 도움이 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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